늙는다는 것, 쇠퇴가 아니라 영혼의 여정일 수 있다
심리학 전문 매체 Psychology Today에 따르면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을 새롭게 바라볼 기회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은퇴 이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세월이 이전 어느 시대보다 길어진 지금, 70대와 80대, 90대에 이른 누군가는 창작에 대한 열망을 되찾고 봉사에 뛰어들거나 관조적 수행에 몰입하며 노화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다.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 사회에서 밀려난 듯한 소외감, 존재감이 사라진 듯한 무력감을 호소하며 아무런 안내도 틀도 없이 나이 들어간다. 같은 나이를 통과하면서도 이렇게 다른 경험을 하는 이유는 노화를 대하는 태도에서 갈린다.
『내면의 나이 작업: 역할에서 영혼으로』의 저자이자 심리학 박사인 코니 즈웨이그는 60세를 넘긴 사람들 사이에서 '후반기 정체성 위기'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인터뷰한 한 여성은 "전에도 정체성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나는 변화하라는 부름에 응답해왔다. 예전엔 나를 두렵게 했던 것이 이제 이 틀 안에서는 익숙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중년까지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 애썼지만 이제는 "앞으로"가 아니라 "더 멀리"라는 감각으로 살아간다고 말한 남성도 있었다. 70세의 한 여성은 이 시기를 항해할 내면의 GPS를 찾지 못해 방향도 목적지도 없이 헤맸다고 회고했다.
즈웨이그는 이 시기를 단순히 견뎌내야 할 쇠퇴기가 아니라, 사춘기나 중년의 전환기처럼 안내와 내면 작업이 필요한 의도적인 통과의례로 받아들이자고 제안한다. 변화를 가로막는 것은 우리 안의 무의식적인 부분들이다. 즈웨이그는 이를 '그림자 인물'이라 부르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노화를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이 그림자 인물들과 씨름한다. 이들은 변화에 저항하고 후반기 삶에 숨겨진 힘을 발견하지 못하게 가로막으며, 변화나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부정의 벽을 강화한다.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삶의 문턱마다 보초를 서면서 영적 갈망을 억누르고 영혼의 속삭임을 잠재운다. 그 결과가 정체감과 우울감이며,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 결국 자신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채로 남게 된다고 즈웨이그는 말한다.
성공적인 통과의례에는 세 단계가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한다. 첫째는 과거의 역할과 태도, 후회와 정체성을 내려놓는 것이다. 둘째는 '리미널 타임', 즉 정체성 사이의 중간 지대를 지나는 것으로, 이 시기에는 "더 이상 애벌레는 아니지만 아직 나비도 아닌" 것처럼 길을 잃고 형체 없이 텅 빈 채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으며, 상실에 대한 깊은 애도를 동반하기도 한다. 셋째는 새로운 목적의식과 열정, 비전을 품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이 세 단계는 은퇴, 관계의 회복, 영적인 치유, 질병과 돌봄, 연장자로서의 정체성 확립 등 후반기 삶의 여러 국면에 두루 적용된다고 즈웨이그는 설명한다.
즈웨이그가 말하는 궁극적인 방향은 '역할에서 영혼으로'의 이동이다. 애쓰고 밀어붙이는 태도를 내려놓고, '이래야 한다'는 강박도 내려놓으며, 그동안 배우고 사랑해온 것은 품은 채로 지나간 정체성만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런 진화를 통해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는 역할이 아니라 가면 너머에 있는 본질적인 것, 즉 영적인 정체성으로 자신을 규정하게 된다. 즈웨이그는 이것이 새로운 발상이 아니라고 짚는다. 세계 대부분의 영적 전통이 노년을 세상으로부터 물러나 관조하고 자아를 넘어서는 시기로 그려왔다는 것이다. 노년을 상실의 목록으로만 채우는 대신,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발판 삼아 더 깊은 자기 이해로 나아가는 여정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원본: Psychology To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