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불안이 커진다면? 그 감정이 하는 진짜 역할

나이 들수록 불안이 커진다면? 그 감정이 하는 진짜 역할

지정학적 갈등, 경제난, 기후 위기, 사회 갈등을 다루는 뉴스 헤드라인을 몇 분만 훑어봐도 불안감이 밀려온다. 토론토대학교 임상심리학자이자 『The Aging Well Workbook for Anxiety and Depression』의 저자인 줄리 에릭슨 박사는 미국 심리학 매체 사이콜로지투데이(Psychology Today) 기고에서, 요즘처럼 불안이 화제가 되는 시대에도 유독 고령층의 불안에는 경보음이 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노년층에 불안이 아예 없거나, 이른바 "불안에 시달리는 Z세대"에 비해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릭슨 박사는 고령층의 불안도 분명히 존재하며, 많은 이들이 그것이 삶을 얼마나 흔들어놓는지 직접 증언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처음부터 그것을 불안으로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에릭슨 박사에 따르면 불안은 나이가 들면서 삶의 여러 문제에 대처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는 정상적인 감정이다. 불안의 본래 기능은 다가올 위협을 미리 감지해 이를 피하거나 대비하도록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몸에 이상 신호가 왔을 때 병원에 전화를 거는 것, 시력이 떨어지면 운전을 그만두는 것, 노후 의료비를 위해 충분한 자금을 준비해두는 것 모두 불안이 만들어내는 보호 행동이다. 에릭슨 박사는 이런 정상적인 불안을 파티에 초대된 손님에 비유한다. 오븐 속 애피타이저를 제때 꺼내지 않으면 불이 날 수 있다고 미리 귀띔해주는, 배려 깊은 손님과 같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고령자는 훨씬 더 빈번하고 압도적인 불안을 겪으며 이는 불안장애 진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불안이 하루 일과의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된다. 끊임없는 걱정, 집중력 저하, 수면 방해,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하는 상태, 중요한 경험조차 피하거나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되는 회피 행동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단계의 불안은 앞의 비유를 빌리면, 목소리를 지나치게 높이고 모든 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시끄러운 손님에 가깝다고 에릭슨 박사는 설명한다.

나이가 들수록 정신건강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경향과 맞물려 불안장애 유병률 자체는 낮아지지만, 60세 이상 성인의 약 10%는 여전히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성질환이나 급성질환을 여러 개 앓고 있거나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고령자의 경우 이 비율은 약 30%까지 높아진다. 만성적인 불안에 관한 연구가 쌓이면서, 심하고 지속적인 불안이 면역 기능, 심혈관 건강, 인지 기능 저하와도 관련이 있다는 다소 우려스러운 결과들도 함께 보고되고 있다.

불안장애를 겪는 고령자들은 젊은 층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서도 걱정의 초점은 다르다. 에릭슨 박사에 따르면 고령층은 직장이나 자녀 양육에 대한 불안을 호소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건강과 가족 문제에 대한 걱정을 훨씬 더 크게 느낀다.

다행히 효과적인 치료법은 많고, 그중 상당수는 약물 없이도 가능하다. 인지행동치료는 노년기 불안에 대해 가장 널리 검증된 심리치료법으로 꼽힌다. 심리치료가 부담스럽거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를 위한 자가관리 방법들도 함께 소개되고 있다. 불안이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의료진이나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을 시작해보는 것이 권장된다.

불안을 다루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에릭슨 박사는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미래를 두고 걱정하며 실제보다 상황을 더 나쁘게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 불안을 위험을 미리 대비하는 준비 행동으로 잘 옮기기만 하면, 막연한 재앙적 상상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잘 다스리기만 한다면 불안 역시 나이와 상관없이 크고 충만한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본: Psychology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