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돌보는 자녀들 — '역할 반전'이라는 말은 틀렸다

부모를 돌보는 자녀들 — '역할 반전'이라는 말은 틀렸다

심리학 전문 매체 Psychology Today에 따르면 미국 성인 8명 중 1명꼴로 나이 든 부모를 돌보고 있으며, 가족 돌봄은 이제 부모·자녀 생애주기에서 스트레스를 동반하지만 지극히 자연스러운 한 단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험사와 통화하며 대기하고, 부모님 집 싱크대에 쌓인 그릇을 씻고, 혈압을 재드리고, 병원까지 모셔다드리고, 필요한 장을 봐 오는 일들이 이어진다. 옷 입기나 식사, 배변 보조까지 필요해지면 부담은 더 커지는데, 이 모든 게 직장 일과 자녀 양육을 병행하며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생애 후반부에 이르면 부모의 기능은 서서히 약해지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늘어난다. 치매는 물론이고 거동 문제, 심장질환, 당뇨 같은 만성질환도 일상 기능을 저해한다. 수술이나 급성질환에서 회복하는 동안에는 평소 독립적으로 지내던 부모라도 갑작스레 돌봄이 필요해지곤 한다. 그런데 유급 돌봄 인력을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형편이 되더라도 적절한 인력을 구하고 일정을 맞추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돌봄의 최전선에 서는 것은 다 자란 자녀들이다.

돌봄을 맡는 자녀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딸이 주 돌봄자를 맡는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아들의 참여도 점차 늘고 있고, 대부분의 돌봄 제공자는 부모와 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살거나 아예 한집에 산다. 학력이 높은 자녀일수록 재정적·정보적 지원을 많이 하고, 고졸이나 전문학사 학력의 자녀는 직접 몸으로 돕는 돌봄을 더 많이 맡는 경향이 나타난다. 형제자매가 여럿인 가정에서는 대개 한 명이 주 돌봄자 역할을 맡지만, 부모의 상태가 나빠질수록 다른 형제자매들도 조금씩 역할을 나눠 맡게 된다.

흔히 쓰이는 '역할 반전'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능력을 익히고 기쁨을 안겨주는 상승 곡선을 그리지만, 부모를 돌보는 일은 사랑하는 사람이 서서히 쇠약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이라 전혀 다른 감정을 요구한다. 오래된 가족사가 다시 갈등과 상처로 떠오르기도 하고, 특히 치매에 걸린 부모가 자녀를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순간은 깊은 상실감을 안긴다. 흔히 말하는 '샌드위치 세대'와 달리, 실제로 어린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돌보는 중년은 전체의 4분의 1 정도에 그친다. 오히려 다 큰 자녀들이 돌봄을 함께 분담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돌봄 과정에서 부모와의 갈등도 피하기 어렵다. 한 연구에서는 나이 든 부모의 66%가 스스로 고집이 세다고 답했을 정도로, 도우려는 자녀와 이를 거부하려는 부모 사이의 줄다리기는 흔한 풍경이다. 이 글을 쓴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인간발달·가족학 교수 캐런 핑거먼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든다. 파킨슨병을 앓던 아버지가 신발끈을 묶지 않은 채 다니자 끈 없는 로퍼를 사드렸는데, 다음에 만났을 때도 여전히 끈 달린 신발을 신고 있었다. 아버지는 "새 신발이 필요 없다, 이미 마음에 드는 신발이 있다"고 답했고, 핑거먼 교수는 그제야 자신이 아버지에게 새 신발을 원하는지조차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이 경험을 "말하지 말고 물어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형제자매 간 역학 관계도 갈등의 씨앗이 되곤 한다. 가까이 사는 형제가 돌봄의 부담을 떠안고, 멀리 사는 형제는 이따금 방문하는 경우가 흔한데, 부모가 방문 때마다 애써 기운을 내다 보니 먼 곳의 형제는 오히려 "생각보다 건강하시다"며 돌봄 강도를 더 높이는 데 반대하기도 한다. 반대로 먼 곳의 형제가 부모의 쇠약해진 모습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갑자기 요양시설 입소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핑거먼 교수는 형제자매라면 가끔 들러 훈수만 두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모의 존엄을 지키면서도 필요한 도움을 드리는 균형이며, 그 시작은 무엇이 필요한지 미리 판단하기보다 직접 물어보는 데 있다. 아무리 부모를 사랑해도 돌봄은 늘 벅차고 힘겨운 일이므로, 지치고 외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완벽한 평정심이나 무한한 인내심으로 돌봄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게 핑거먼 교수의 말이다. 주변에 부모를 돌보는 이가 있다면 "고맙다"는 말 한마디, 그리고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 묻는 작은 관심이 큰 힘이 된다.

원본: Psychology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