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다른 문제였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다른 문제였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서로 다른 문제로 구분한다. 외로움은 실제로 혼자 있는지와 상관없이 "혼자이거나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어 있다는 감정적 고통"을 뜻하고, 사회적 고립은 사람을 만나거나 어울릴 기회 자체가 부족한 물리적 상태를 뜻한다. 둘은 자주 겹치지만 항상 같이 오지는 않는다 —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외로울 수 있고, 혼자 지내면서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NIA가 이 둘을 굳이 나눠 설명하는 이유는, 두 문제의 해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NIA에 따르면 65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로 지낸다. 혼자 사는 경우, 이동이 불편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경우, 간병 책임을 지고 있는 경우 위험이 특히 커진다. 여기에 배우자나 가까운 친구를 떠나보낸 사별, 만성질환, 은퇴로 인한 일상 관계망의 축소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청력 손실은 그 자체로 외로움과 강하게 연결된 요인이다 — 보청기를 쓰지 않는 경우 대화를 따라가기 어려워지면서 가족·친구와의 대화 자체를 점점 피하게 되고, 그렇게 관계가 조용히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태를 그저 "쓸쓸한 감정" 정도로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는 점이다. NIA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심장질환, 고혈압, 불안, 우울증과 관련이 있으며,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응급실이나 요양시설에 입원할 가능성도 더 높다. 관련 연구는 외로움이 단순한 감정을 넘어 몸에 실제로 작용하는 과정까지 추적했는데, 만성적인 외로움이 동맥에 플라크가 쌓이는 속도를 높이고,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돕고, 뇌에 염증을 일으켜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몸에 해로운 습관 하나를 방치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건강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NIA가 제안하는 첫 번째 방법은 관계를 우연에 맡기지 않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생각날 때 연락하기"보다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전화나 화상통화 일정을 잡아두면, 연락이 뜸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약속이 정해져 있으면 상대방도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되고, 그것만으로도 규칙적인 접점이 생긴다.

스마트폰으로 화상통화를 하며 웃고 있는 여성

두 번째는 이미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눌 사람을 찾는 일이다. 산책 모임, 원예 동호회, 자원봉사 단체처럼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대화를 시작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굳이 새로운 취미를 억지로 만들 필요 없이,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사람을 더하는 방향이면 충분하다.

세 번째는 예전에 좋아했지만 잊고 지낸 활동을 다시 꺼내 보는 것이다. 한동안 손을 놓았던 악기, 그림, 요리 같은 취미를 다시 시작하면 그 자체로 즐거움을 되찾을 뿐 아니라,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다시 연결될 기회도 생긴다. NIA는 이런 재개가 새로운 활동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함께 짚는다.

네 번째는 기술을 연결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화상통화나 스마트 스피커처럼 익숙하지 않은 기기라도, 막상 배우고 나면 멀리 사는 자녀나 손주와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NIA는 사용법이 낯설다면 혼자 끙끙대기보다 동네 도서관이나 주민센터의 이메일·SNS 사용법 강좌를 찾아보라고 권한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을 키울 여건이 된다면 이 역시 좋은 선택지로 제시한다 — 동물과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위안이 되고, 스트레스와 혈압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돌봄과 자원봉사처럼 "받는 쪽"이 아니라 "주는 쪽"이 되어보는 것이다. 누군가를 돕는 행위 자체가 외로움을 줄여준다는 것이 NIA의 설명이다. 간병이나 자원봉사는 도움을 받는 상대뿐 아니라 돕는 사람에게도 규칙적으로 만날 사람과 역할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관계가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고 서로 기대는 구조로 바뀐다.

마지막으로 NIA는 지역사회 참여를 권한다. 동네 행사, 종교 모임, 자원봉사 활동처럼 정기적으로 얼굴을 마주치는 자리에 나가면 "아는 사람"의 범위가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결국 NIA가 강조하는 것은 하나다 — 외로움은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접점을 얼마나 자주 만드는지에 달린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원본: 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