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한두 잔도 뇌에는 부담일 수 있다
적당히 마시는 술은 괜찮다고 여겨왔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버드 의대 공개 건강정보(Harvard Health Publishing)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남녀 550명을 30년간 추적한 결과, 적정 음주 기준을 지킨 사람들조차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기능 저하와 뇌 위축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17년 6월 학술지 The BMJ에 발표됐다.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부위는 해마, 즉 뇌 속에서 해마 모양을 한 채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이 해마의 위축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위험이 가장 큰 집단은 일주일에 표준잔 17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들이었지만, 이 기준에 못 미치는 적당한 음주를 해온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지 변화 위험이 함께 높아진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만으로 음주가 뇌 위축과 인지기능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찰 연구인 만큼 음주 습관과 함께 작용했을 다른 생활습관 요인들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이 발견이 현재 미국에서 통용되는 음주 가이드라인이 정말 적절한 수준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3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추적한 연구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술 한두 잔쯤은 괜찮다는 통념을 그대로 믿기보다,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자신의 음주 습관을 한 번쯤 돌아볼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특히 기억력 변화에 민감해지는 50~60대라면, 적정 음주 기준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기보다 음주량 자체를 줄이는 쪽을 고려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