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0번 스마트폰을 본다면, 집중력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성인이 되기까지 뇌는 오랜 학습과 경험을 거치며 중요한 정보와 방해 요인을 구별하는 능력, 즉 인지 통제 회로를 정교하게 다듬어 왔다. 이론상으로는 성인기에 집중력이 가장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실제 일상은 그 능력을 계속 시험에 들게 한다. 하버드 의대 공개 건강정보(Harvard Health Publishing)는 뇌 역시 살과 피로 이루어진 신체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노화, 질병, 수면, 음주 같은 몸의 상태는 물론 기분을 좌우하는 신경화학적 변화까지, 집중력은 신체적·감정적 요인 모두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이 집중력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집중을 방해하는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니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알림 자체다. 진동이 울리거나 소리가 나는 순간,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하던 일에서 주의가 빠져나간다. 일단 전화를 받는 식으로 스마트폰에 한 번 손을 대면, 곧이어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다른 스마트폰 활동으로 관심이 옮겨가기 쉽다. 앱의 아이콘과 화려한 색상, 경쾌한 알림음은 이런 매력을 한층 키워 다른 일에서 주의를 떼어놓는 힘을 강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게임이나 소셜미디어처럼 재미를 위해 하는 활동일수록 그 이끌림은 더 강하다. 게시물에 '좋아요'가 달리거나 친구들이 웃고 있는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소셜미디어의 자극은 뇌에서 쾌락과 보상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촉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도파민이 급증하면 정작 눈앞의 다른 일에 집중하려는 의욕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2018년 통신기술 업체 아수리온(Asurio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하루 평균 80번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사용량이 많은 사람은 하루 300번까지 화면을 들여다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횟수 자체보다 그 반복이다. 무언가에 몰두하던 중 스마트폰을 확인하려고 멈출 때마다 집중은 끊기고, 다시 처음부터 주의를 끌어모아야 한다.
스마트폰은 집중력뿐 아니라 수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노출되면 불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학술지 '크로노바이올로지 인터내셔널(Chronobiology International)'에 실린 연구는 20대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취침 전 청색광 노출이 수면 시간을 약 16분 줄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이런 노출은 정상적인 수면 주기와 관련된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체내 분비량 자체를 감소시키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다음 날의 집중력도 함께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결국 디지털 기기가 집중력을 갉아먹는 경로는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끊임없는 알림과 손쉬운 재접속으로 순간순간의 주의를 빼앗고, 도파민 자극으로 다른 일에 대한 흥미 자체를 떨어뜨리며, 늦은 밤의 화면 노출로 수면의 질까지 낮춘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낮 동안의 집중력 저하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집중력을 지키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스마트폰 알림을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정리하고, 일하거나 대화할 때는 화면을 시야 밖에 두는 것만으로도 방해받는 빈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잠들기 전 화면을 보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습관 역시 다음 날의 집중력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버드 의대는 이런 습관 교정과 더불어 집중력과 주의력을 높이는 방법을 다룬 별도의 온라인 안내서 '집중력과 주의력 향상시키기(Improving Concentration and Focus)'도 참고할 것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