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운전대를 놓아야 할까 — 고령 운전자를 위한 신호들
주차하다 자꾸 우편함을 긁고도 "해가 눈부셔서"라는 핑계를 대는 부모나 배우자를 본 적이 있다면, 그 가족은 이미 어려운 질문 앞에 서 있는 셈이다. 하버드 의대 공개 건강정보(Harvard Health Publishing)에 따르면, 미국 도로안전위원회(National Safety Council) 통계상 15~20세 운전자가 낸 사망사고는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약 10% 늘어 5,565명이 숨졌고,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망사고는 같은 기간 15% 늘어 8,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자료를 보면 주행거리 1마일당 사고율은 80세 이상 운전자가 최연소 연령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보다 높고, 85세 이상은 사망사고율까지 가장 높다.
문제는 운전 능력이 아주 서서히 떨어지기 때문에 본인도 가족도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족이나 친구가 운전을 걱정하며 말을 꺼내거나, 동승을 꺼리거나, 다른 차량이 자꾸 경적을 울리거나 교통 위반 딱지를 자주 떼이는 것, 익숙한 길에서 길을 헤매는 것, 지나치게 느리거나 빠르게 달리는 것, 차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흠집이 생기는 것, 접촉사고나 아찔한 순간이 잦아지는 것 모두 눈여겨봐야 할 신호다.
나이가 들면서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관절염이나 말초신경병증, 치매 같은 질환, 진정제나 일부 항우울제 같은 약물, 반응속도 저하, 시력·청력 저하, 유연성과 근력 감소, 빠르게 변하는 상황을 처리하는 능력 저하가 겹쳐서 작용한다. 예컨대 급히 멈춰야 할 때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는 실수는 고령 운전자에게 더 흔하게 나타난다.
다행히 일부 원인은 되돌리거나 우회할 수 있다. 백내장 때문에 시야가 흐려졌다면 백내장 수술로 시력을 회복해 운전 능력을 되찾을 수 있고, 야간 운전이 힘들다면 낮에만 운전하는 식으로 조정하면 된다.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단계라면 운전 범위를 제한하면서도 안전하게 계속 운전할 여지가 있다. 반면 중증 치매나 큰 뇌졸중으로 판단력과 신체 기능이 크게 손상된 경우라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 어려운 것은 대화 자체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기능 저하를 인정하는 일 자체가 괴롭고, 얼마 전까지 멀쩡히 잘 몰았다는 자부심 때문에 가족의 우려를 과잉보호로 받아들이기 쉽다. 부인하거나 다른 운전자 탓으로 돌리는 반응도 흔하다. 무엇보다 운전을 못 하게 되는 것은 독립성을 크게 잃는 일이어서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가족 입장에서도 언제가 적기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너무 이르면 불필요한 갈등을, 너무 늦으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안전과 존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편에서 다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