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 ④] 다 큰 자녀와 다시 가까워지는 법 — 통제 대신 존중

다 큰 자녀와 다시 가까워지는 법 — 통제 대신 존중

빈 둥지는 한순간에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과정이다. 상담심리학 박사이자 『A Soulful Marriage』의 저자인 레이첼 글릭 박사는 미국 심리학 매체 사이콜로지투데이(Psychology Today)에서, 빈 둥지를 명사가 아니라 동사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자녀를 놓아주는 일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사춘기를 거치며 강해지고, 자녀가 20~30대가 되어서도 계속 이어지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이 시기는 씁쓸하면서도 달콤하다. 자유와 재발견, 힘겨루기가 사라진 뒤 오히려 더 가까워진 자녀와의 관계 같은 좋은 면이 있는 반면, 외로움과 슬픔, 불안, 후회처럼 힘겨운 감정도 함께 찾아온다. 그리고 이 소용돌이 밑에는 자녀의 개별화뿐 아니라 부모 자신의 개별화라는 깊은 기회도 자리하고 있다.

개별화란 부모와 분리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계속되는 과정이다. 자녀가 부모가 상상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도록 놓아주는 일은 육아에서 가장 어렵고도 핵심적인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개별화는 자녀만의 과제가 아니라 부모 자신의 과제이기도 하다고 글릭 박사는 말한다. 자녀의 삶이 계속 변화하는 만큼 부모의 삶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이나 행복을 자녀의 선택과 뒤섞는 부모는 스스로의 안녕과 자녀와의 관계 모두를 위협하게 되지만, 반대로 자신의 성장과 열정, 삶의 목적을 가꾸는 부모는 자녀가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놓아주는 동시에 오래도록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갈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이 시기는 부부관계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미국 보울링그린주립대의 연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9년 사이 45세 이상 연령대의 이혼율이 늘었고, 특히 65세 이상 부부의 이혼율은 이 기간 세 배로 뛰었다. 이런 사례를 '빈 둥지 이혼'이라 부르기도 한다. 글릭 박사는 이를 이겨내기 위한 틀로 '오래가는 사랑의 네 기둥' — 책임, 성장, 우선순위, 목적 — 을 제시한다.

실천할 수 있는 여섯 가지 방법도 소개한다. 첫째, 이 전환의 시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복잡한 감정을 인정한다. 일기를 쓰거나 상담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편지를 쓰거나 자녀를 떠나보내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이 인생의 통과의례를 기념하는 나름의 의식을 만든다. 셋째, 불확실함을 끌어안으며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등 자기계발과 스스로의 안녕에 시간을 투자한다. 넷째, 그동안 미뤄뒀던 문제를 다루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함께 계획하며 부부관계나 우정에 다시 마음을 쏟는다. 다섯째, 자녀를 돌보던 마음을 새로운 열정이나 프로젝트로 옮겨본다. 여섯째, 성인이 된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소통 방식을 함께 정하고, 자녀의 삶의 결과와 자신의 안녕을 분리하는 내적 경계를 세우며, 묻지 않은 조언 대신 허락을 구한 뒤 의견을 건네고, "네 판단을 믿는다"처럼 인정하는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관계의 씨앗을 심는다.

글릭 박사는 이 시기가 막막하게 느껴져도 괜찮다고 말한다. "삶은 역동적이고, 우리는 성장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 조금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어도 괜찮다.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라. 삶이 나를 향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나를 해치려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믿어라"고 그는 조언한다. 빈 둥지 증후군이 공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몇 달 이상 지속되며 깊은 슬픔이나 우울감, 무가치감으로 이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글릭 박사는 성인이 된 자녀와의 관계에서 가까움은 통제가 아니라 존중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빈 둥지는 부모 역할의 끝이 아니라, 더 복잡하고 새로운 장의 시작이다. 친밀함과 자율성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받아들이고, 자녀를 넘어선 자신만의 삶의 목적에 귀 기울이며, 관계를 더 깊이 있게 가꿔가야 하는 도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자기 인식을 가지고 이 시기를 마주하면, 무조건적인 사랑에 뿌리내리고 각자가 진짜 자신을 찾고 표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든든하고 오래가는 관계로 자녀와의 사이를 가꿔갈 수 있다.

원본: Psychology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