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 ②] 아이가 떠나자 보이기 시작한 것들 — 부부의 민낯

아이가 떠나자 보이기 시작한 것들 — 빈 둥지가 드러내는 부부의 민낯

마지막 아이가 집을 떠난 뒤,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았는데 더 이상 나눌 말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부부가 적지 않다. 부부치료사 픽스 오설리번(Figs O'Sullivan)은 이 경험이 드문 일도, 결혼이 망가졌다는 증거도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이 시기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자녀 양육기 동안 별문제 없어 보였던 부부 사이가,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서야 사실은 오래전부터 어긋나 있었다는 걸 깨닫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아이들이 콘텐츠였다. 그리고 그 콘텐츠가 유대를 마주해야 할 필요를 가려왔다." 성인 간의 낭만적 사랑은 사치가 아니라 "생물학적 필수 요소"에 가깝다고 그는 짚는다. 정서적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사람은 어린 시절 익힌 보호 전략을 무의식적으로 꺼내 든다 — 한쪽은 다가가 매달리고, 다른 한쪽은 물러서는 식이다. 이 '고통의 왈츠'는 육아라는 공동 프로젝트에 가려진 채 수년간 감지되지 않고 굳어지다가, 아이들이 떠나 주의를 돌릴 거리가 사라지면 오히려 풀리기는커녕 더 빠르게 격화된다.

오설리번은 이 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두 가지 현상도 짚는다. 하나는 정체성 상실이다. 수십 년간 부모라는 역할에 자기 정체성을 맞춰온 사람일수록 그 역할이 사라지는 순간 '나는 누구인가'라는 혼란을 크게 겪고, 여기에 일하던 배우자가 낯선 형태의 친밀함을 요구받으면서 두 사람 모두 흔들리게 된다. 다른 하나는 그가 '대리 자아(Representative)'라 부르는 현상이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부부는 육아에 맞게 다듬어지고 조절된 모습으로 서로를 대하는데, 그 역할이 걷히면 더 날것의 진짜 자아가 드러난다. 상대가 마치 낯선 사람처럼 느껴질 만큼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이는 관계를 다시 세울 기회이기도 하다.

오설리번은 50세 이후 부부의 이혼율이 "1990년대 이후 거의 두 배로 늘었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그중 상당수가 막내가 독립한 지 몇 년 안에 벌어진다고 짚는다. 그가 제시하는 회복의 방향은 네 가지다. 첫째, 상대가 아니라 패턴을 짚는다. 갈등을 3인칭으로, 마치 날씨처럼 외부화해 바라보면 "당신이 문제야"가 아니라 "우리가 이런 식으로 어긋나고 있다"는 관점으로 옮겨가며 격화를 줄일 수 있다. 둘째, 방어 전략 밑에 깔린 상처를 다시 꺼내본다. 다가서던 사람은 무관심 뒤에 자신이 지워졌던 경험을, 물러서던 사람은 필요를 드러내면 벌을 받았던 경험을 각자 안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아침 산책이나 함께 요리하기, 매일 밤 안부를 확인하는 습관처럼 크지 않아도 꾸준한 새로운 연결 의식을 만든다. 거창한 이벤트보다 작고 일관된 접촉의 순간이 더 중요하다. 넷째, 함께 애도한다. 자녀 양육기라는 한 시절과 그 시절의 정체성이 끝났다는 상실감을 부부가 각자가 아니라 함께 인정하고 흘려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설리번은 자신의 접근이 정서중심치료(EFT)와 애착 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연결이 먼저, 문제 해결은 그다음"이라고 강조한다. 신경계가 서로 단절된 상태에서는 생산적인 대화에 필요한 자원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리가 오래 벌어진 부부라면 애착 이론에 기반한 전문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오설리번은 이런 재연결이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빈 둥지 시기는 부부가 육아라는 공동 과제 뒤에 숨어 있던 진짜 관계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며, 여기서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취약함과 그것을 선택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위기가 기회로 바뀐다는 것이다. 몇 달 넘게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낫다고 그는 조언한다.

원본: Empathi (Figs O'Sullivan Couples Thera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