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을 노리는 5대 금융사기, 수법을 알면 막을 수 있다
미국 국립노인위원회(NCOA)는 60세 이상 성인이 지난해 신고한 사기 피해가 20만 건을 넘고 피해액은 77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의 2025년 보고서를 인용한 수치로, 전년보다 약 37% 늘어난 것이다. 투자 사기로 인한 신고 피해액만 35억 달러를 넘어 노년층을 노리는 사기 가운데 피해 규모가 가장 컸고, 암호화폐 사기는 4만 2000명 넘는 노년층 피해자에게서 43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라이언 크리그하우저 미국 연방검사는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 성명에서 "노년층 사기는 잔인하고 가슴 아픈 범죄"라며 "평생 벌고 저축한 돈을 은퇴 후 범죄자에게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NCOA는 노년층이 돈을 어느 정도 모아뒀을 것이라는 통념 때문에 표적이 되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도 얼마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고를 꺼리는 수치심 때문에 범죄자들이 이런 범죄를 '저위험'으로 여긴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NCOA의 에보니 화이트 이사는 한 인터뷰에서 "누구나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말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손주 사기'다. 사기범이 전화를 걸어 "할머니,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처럼 운을 떼 상대가 스스로 손주 이름을 말하게 유도한 뒤, 그 이름으로 손주 행세를 하며 교통사고 합의금이나 밀린 월세, 병원비, 보석금이 급히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수법이다.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경우도 많고, 최근에는 인공지능으로 목소리를 복제해 실제 가족처럼 들리게 만드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돈은 대개 신원 확인 없이 현금화할 수 있는 상품권이나 계좌이체로 요구하며, '택배기사'를 자처하며 집까지 돈을 받으러 오는 사례도 보고된다. 은행이나 대출회사, 채권추심업체를 사칭하는 금융서비스 사기도 흔한데,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스푸핑'으로 진짜 기관인 것처럼 꾸민 뒤 계좌가 도용됐다며 비밀번호나 사회보장번호를 요구하거나, 밀린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위협한다.
기술지원 사기도 노년층 대상 사기 신고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컴퓨터 화면에 갑자기 경고창이 뜨면서 기기가 멈춘 것처럼 보이게 한 뒤, 가짜 상담 전화번호로 연결해 원격 접속 권한을 얻고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고쳐주겠다며 수리비를 요구한다. 국세청이나 사회보장국, 메디케어 직원을 사칭하는 정부기관 사기도 있는데, 즉시 세금을 내지 않으면 체포·추방하겠다거나 사회보장·메디케어 혜택을 끊겠다고 위협하며 개인정보를 캐낸다. 워싱턴 DC의 지역번호(202)로 발신 표시를 조작해 진짜 정부기관처럼 보이게 만드는 수법도 쓰인다.
메디케어 사기도 빼놓을 수 없다. 65세 이상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는 누구나 메디케어 대상이 되는 만큼, 사기범이 메디케어 직원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이동식 간이 병원에서 가짜 검사를 해준 뒤 메디케어에 비용을 청구해 가로채는 식이다. 유전자 검사처럼 최신 의료 흐름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연애 감정을 악용하는 로맨스 사기(스윗하트 사기)도 갈수록 늘고 있다. 데이팅 앱이나 SNS에서 가짜 프로필로 접근해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신뢰를 쌓은 뒤, 비자 발급비나 의료비, 여행 경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캘리포니아의 한 미망인은 위챗(WeChat)에서 만나 진짜 우정이라 믿었던 상대에게 70만 달러를 잃은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 밖에도 유명 복권업체를 사칭해 당첨금 수령을 위한 '세금'과 '수수료' 명목으로 선입금을 요구하는 스윕스테이크 사기, "제 목소리 들리세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음성을 녹음해 도용 카드 결제 승인에 악용하는 로보콜, 보증기간 연장이나 소송 위협을 앞세운 전화 사기, 자선단체나 기업을 사칭해 기부금·개인정보를 가로채는 사기, 가짜 백신 프로그램 창을 클릭하게 해 랜섬웨어를 심거나 피싱 메일로 계좌 정보를 빼내는 인터넷 사기까지 수법은 다양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60세 이상을 노린 기업 사칭 사기의 금전적 피해가 특히 크다고 밝혔다.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았다면 즉시 응답하기보다 잠시 멈춰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확실한 방어다. FTC 마케팅관행국의 로이스 그리스먼 국장은 "기업이나 정부기관, 심지어 곤경에 처한 손주가 연락해 오더라도 실제로 누구와 통화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절대 당황하거나 성급하게 반응하지 말고, 알고 있는 진짜 번호로 다시 연락해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관할 경찰서나 성인보호서비스(Adult Protective Services)에 알리고, 엘더케어 로케이터(1-800-677-1116)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의 신고 사이트(ReportFraud.ftc.gov)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꺼리는 사람이 많지만,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것 자체가 당국이 사기 유형을 파악하고 소비자 보호 대책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족과 미리 이런 수법을 공유해두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