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육아, 감정 앞서기 전에 정해야 할 것들
미국 국립노인위원회(NCOA)에 따르면 만 5세 미만 어린이 넷 중 하나는 부모가 일하거나 학업을 이어가는 동안 조부모의 돌봄을 받는다. 손주를 맡아 키우는 일은 사랑과 보람으로 기꺼이 나서게 되는 일이지만, 동시에 부모 세대와의 갈등도 함께 따라온다. 실제로 전국 단위 조사에서 손주 돌봄에 참여하는 조부모의 절반 가까이가 자녀 세대와 육아 방식을 두고 긴장이나 의견 충돌을 겪었다고 답했고, 부모 쪽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글을 쓴 아동단체 제로투쓰리(ZERO TO THREE)의 캐시 킨스너(Kathy Kinsner) 부모교육 담당 수석매니저는 이런 갈등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짚는다.
갈등이 가장 자주 불거지는 지점은 훈육, 식사,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화면 시청 시간이다. 조부모 세대가 익숙한 육아 방식과 요즘 부모가 원하는 방식 사이에 간극이 있을 때, 그 간극을 미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소한 일도 서운함으로 쌓이기 쉽다. 처음 조부모가 되는 나이가 평균 50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은 여전히 일을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손주 육아까지 떠안는 셈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제로투쓰리가 운영하는 '그랜드 커넥션스' 워크숍이다. 어린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들은 정작 기존의 노인 대상 프로그램과는 접점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으며, 현재 미국 아홉 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다만 이런 조부모들은 애초에 고령층 대상 기관과 연결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참가자를 모으는 일 자체가 적극적인 홍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운영진의 경험이다. 처음에는 참여를 망설이던 이들도 막상 모임에 나가보면 비슷한 고민을 가진 또래와 이야기를 나누고 최신 육아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 큰 위안을 얻었다고 전한다. 오하이오에 사는 한 할머니는 "하고 싶지 않았다. 동생이 계속 졸라서 나갔는데, 별로 얻을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처음 심경을 전했지만,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배운 것이 많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워크숍은 조부모 각자가 쌓아온 육아 경험 자체를 자산으로 삼는다. 진행자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살을 붙이며 필요할 때 최신 연구 결과를 더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중 '셰어링 더 케어' 워크숍은 참가자에게 "친구가 며칠씩 손주를 봐주기로 했다면, 시작 전에 어떤 것들을 미리 상의하라고 권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자료는 일정 조율부터 갈등이 생겼을 때 풀어가는 방법까지 여섯 가지 주요 항목을 놓고 가족이 미리 계획을 세우도록 돕는데, 이렇게 규칙을 먼저 정해두면 갈등이 불거지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킨스너는 이런 문제의식이 통계로도 뒷받침된다고 말한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취학 전 아동을 둔 가정의 상당수가 조부모의 손을 빌리고 있고, 제로투쓰리가 2019년 펴낸 '그랜드 플랜' 보고서 역시 손주 돌봄을 둘러싼 세대 간 긴장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짚었다.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이나, 부모 세대와 미리 대화를 나누고 역할과 기준을 합의해두는 일이 오래도록 편안한 관계를 만드는 비결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