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되물어요" — 청력 저하, 방치하면 치매 위험도 커진다
텔레비전 소리를 자꾸 키우게 되거나, 대화 중 "뭐라고?"를 자주 반복한다면 청력 저하를 의심해볼 만하다. 미국 국립노화위원회(NCOA)에 따르면 미국인 7명 중 1명이 청력 손실을 겪고 있으며, 65~74세는 3명 중 1명, 75세 이상은 거의 2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NCOA의 그레첸 두에냐스-탄본롱(Gretchen Dueñas-Tanbonliong) 부국장은 "많은 사람이 참전 군인들의 소음성 난청은 잘 알지만, 세탁기 소리나 고속도로 운전 소음처럼 크다고 느끼지 못하는 소리에 오래 노출돼 청력을 잃는 이들이 훨씬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 성인 청력 손상자의 절반 이상은 시끄러운 직장이 아닌 이런 일상 소음에서 비롯됐다.
청력 손실의 위험 요인은 다양하다. NCOA는 "나이가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이라고 짚는데, 75세 이후 급격히 늘어 유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778명 수준까지 치솟는다.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오래 노출되는 직업·취미도 위험을 높이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이 넘는 젊은 성인이 여가 활동 중 소음 노출로 청력 손실 위험에 놓여 있다고 경고한다. 유전적 요인은 전체 사례의 최대 60%를 차지할 정도로 크고, 노화 관련 청력 손실만 놓고 봐도 유전자의 영향이 35~55%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당뇨가 있으면 청력 손실 위험이 두 배로 커지고, 일부 항생제, 항암제, 이뇨제 같은 약물도 청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노년층 5명 중 1명은 이명도 함께 겪는데, 이 중 10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고 답했다. 이명을 겪는 사람의 90%는 청력 손실이 원인이며, 3개월 이상 이명이 이어진 사람의 45%가 고혈압도 함께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청력 손실은 단순히 소리를 못 듣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균형 감각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경미한 청력 손실만으로도 낙상 위험이 세 배로 커진다. 넘어질까 걱정하는 마음이 운동을 피하게 만들고, 이는 비만이나 심혈관질환, 골밀도 저하는 물론 우울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상대의 말을 잘못 알아듣거나 엉뚱한 대답을 할까 봐 걱정하다 보니 불안감과 위축, 외로움을 키우는 경우가 많고, 극단적으로는 장기간의 사회적 고립이 조현병 위험과도 연관된다는 연구도 있다.
다행히 소음성 난청은 완전히 예방 가능한 유일한 유형이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귀마개를 착용하고, 정기적으로 청력 검사를 받고, 필요할 때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방·관리법이다.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 보청기 판매를 허용하는 규정을 도입하면서, 최근에는 저렴한 보청기가 100달러 수준부터 나와 있어 선택지가 넓어졌다. 하지만 처방형 보청기는 3000달러 이상, 중증 난청에 쓰이는 인공와우 이식은 평균 5만 1072달러에 달해 여전히 비용 부담이 크다. 현재 전 세계 인공와우 이식 대상자 중 실제로 시술받는 비율은 평균 2.5%에 그친다. 보청기 자체에 대한 거부감, 즉 '남들이 알아챌까' 하는 낙인 인식도 착용을 꺼리게 만드는 큰 이유로 꼽힌다.
청력 저하를 방치하면 인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미한 청력 손실만으로도 치매 위험이 두 배로 커지고, 중등도 손실은 세 배, 심한 청력 손실은 위험을 5배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대로 '노화와 인지 건강 평가(ACHIEVE)' 연구에서는 청력 손실을 적극적으로 관리했을 때 3년간 인지 저하가 48%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력 손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뇌가 소리를 해석하기 위해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되고, 이 만성적인 인지 스트레스가 뇌 노화를 앞당겨 사고력과 기억력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 ACHIEVE 연구팀의 설명이다. 심부전을 앓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청력 손실을 치료받지 않은 이들의 입원율이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이 관련 청력 손실을 겪는 성인의 최대 75%가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낸다. 1차 진료의 중에서도 청력 손실이 치료 가능하다고 믿는 비율은 40%, 예방 가능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17%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는 의료 현장의 인식 부족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용 부담이나 보청기에 대한 거부감도 치료를 미루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메디케어 기본 보장에 보청기 비용이 포함되지 않지만, 청력 손실이 다른 기저질환에서 비롯됐다고 의료진이 판단하면 메디케어 파트 B가 청력 검사와 균형 검사 비용을 보장해준다. 청력은 나이 들면 으레 나빠지는 것으로 여기고 넘기기보다, 일찍 검사받고 관리하는 것이 인지 건강까지 지키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