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황혼이혼, 다 큰 자녀의 삶도 흔든다

부모님의 황혼이혼, 다 큰 자녀의 삶도 흔든다

심리학 전문 매체 Psychology Today에 따르면 50세 이후 부부가 갈라서는 '황혼이혼'은 1990년 이후 산업국가 전반에서 눈에 띄게 늘었다. 연구자 브라운과 린이 1990년부터 2010년까지의 이혼 통계를 추적하며 이런 흐름을 확인한 바 있다. 어린 자녀에게 이혼이 미치는 영향은 그동안 많이 연구됐지만, 이미 독립해 제 삶을 꾸리고 있는 성인 자녀들이 겪는 배신감,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가족 구조의 붕괴, 나이 든 부모의 앞날에 대한 걱정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돼왔다. 자녀가 이미 다 컸으니 이혼의 충격도 덜하리라는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성인 자녀 나름의 방식으로 오래도록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글은 심리치료사 캐럴 휴스 박사가 만난 가명 '알렉스'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휴스 박사님, 제 이름은 알렉스입니다. 황혼이혼이 성인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선생님의 글을 읽어왔습니다. 저는 엉망이에요. 상담을 예약할 수 있을까요"라는 메일로 상담을 요청했다. "우리 가족은 늘 아주 끈끈했다"고 그는 말한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조부모, 누나 부부, 조카들까지 함께 명절과 기념일을 챙기며 자란 그는 언젠가 자신도 그런 안정된 가정을 이루리라 믿었다.

스물두 살 때, 서른 해를 함께한 부모님이 이혼했다. 아버지가 직장 비서와 부정을 저지르고 그 사람과 재혼하면서였다. 당시 스물여섯이던 누나는 분노한 나머지 세 살, 다섯 살 난 두 아들에게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 여기에 반년 뒤 누나 부부마저 이혼했다. 매형이 외도를 저지르고 아버지 역할에도 소홀했던 탓이다. 알렉스에게는 이혼 하나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상실이 겹친 셈이었다. "우리 가족은 다시는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죽어버렸다. 명절과 기념일을 다 함께 모여 보내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그는 느꼈다.

아버지와도 매형과도 멀어진 조카들을 안쓰럽게 여긴 알렉스는 스스로 아버지 역할을 자처했다. 학교 행사와 부자 활동을 챙기는 것을 넘어 한동안 두 조카와 아파트를 함께 쓰며 곁을 지켰다. "얼마나 훌륭한 청년인가, 이 아이가 가족을 위해 해온 일이라니" 주변에서는 그를 그렇게 치켜세웠다. 지금 조카들은 둘 다 오래 만난 연인이 있고 전도유망한 커리어를 쌓은 어른으로 자랐다. "그들은 잘 지내고 있다. 둘 다 독립해서 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정작 알렉스 자신은 "마흔두 살인데 성인이 된 이후 내내 짧은 연애만 반복했다. 오래가는 관계를 성공적으로 맺을 능력이 없는 것 같다. 이 슬프고 불안정한 감정을 떨칠 수가 없다. 내 문제가 뭘까"라고 털어놓는다.

휴스 박사는 "당신은 가족이 늘 그래왔던 모습을 잃은 것을 애도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세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고 짚는다. 스물두 살에 자기 발달 과업보다 조카들의 안녕을 우선시한 역할 전도, 부모의 이혼과 누나 부부의 이혼이 겹치며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다중 상실, 그리고 부모의 결혼 실패를 지켜보며 자신도 관계를 지속하지 못할 거라 믿게 된 회의감이다. 겉으로는 가족을 지탱하는 어른스러운 역할을 해냈지만, 정작 자신의 상실은 한 번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채 이십 년 가까이 미뤄둔 셈이었다.

"좋은 소식은, 지금부터라도 치유와 성장에 집중하기에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사람들은 늘 그렇게 해낸다"는 박사의 말에 알렉스는 "지금까지 없던 희망을 주셔서 감사하다. 시간과 노력을 들일 준비가 됐다. 다음 상담을 잡고 시작하자"고 답했다. 부모의 황혼이혼이 남긴 상처는 자녀가 이미 어른이 됐다고 해서 저절로 아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뒤늦게라도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사례는 보여준다.

원본: Psychology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