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치유된다
심리학 전문 매체 Psychology Today에 따르면 새해가 되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계획하고 싶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과거를 회고하는 과정을 '인생 회고'라 부르는데, 특히 노년기에 접어든 이들에게는 치유적인 효과가 크다. 노년학자 로버트 버틀러가 1974년 처음 제안한 이 접근은 지나온 경험을 현재의 삶과 연결하는 강력한 치료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의 기대와 희망, 계획을 지금의 현실과 엮어내는 방법 중 하나로 '가이드 회상(guided reminiscence)'이 꼽힌다.
나이가 들어 시간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지면 절망감, 불안, 두려움, 후회 같은 감정이 함께 찾아오기 쉽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이때 걸어온 길과 이룬 것, 기쁨과 만족을 돌아보고 묵은 갈등을 다시 마주하는 과정이 절망보다 자아 통합감을 키우고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자기 삶에 대한 일관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노년기의 중요한 발달 과제로 꼽힌다. 여행의 마지막 날 그동안 보고 겪은 것과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을 돌아보듯, 살아온 길과 남은 길을 함께 성찰하는 일은 자기 수용과 세상 속 자신의 자리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 불안을 거치며 격변을 겪은 21세기에는 이런 작업이 더 절실해졌다. 자아와 자신이 속한 세상에 대한 감각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많은 가족이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 문화적 뿌리에서 멀어진 채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진짜 집'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늘었다. 노년층은 어린 시절의 기대와 지금의 현실이 너무 달라진 낯선 공동체·사회·국가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잦다.
저자는 다양한 노년층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 삶의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기쁨과 슬픔, 상실과 트라우마, 안녕감과 행복, 일과 삶의 의미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극심한 어려움과 만성 질환, 상실과 슬픔을 겪었음에도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과 삶의 만족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인생 회고는 힘든 시기를 지나는 이들에게 위안을 준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댄 맥아담스와 수전 크라우스 휘트본 등의 연구에 따르면 노년기의 심리적 적응은 과거의 가정과 현재의 기대가 뒤섞인 '생애 구조'로 이루어진다. 앞으로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담은 '시나리오', 그리고 과거 경험에 바탕을 둔 '삶의 이야기'가 그 안에 함께 존재하며, 이 삶의 이야기는 우리의 계획과 소망의 밑그림이 된다. 유년기에는 마법 같은 상상으로 여러 가능성을 그리며 소망을 가능성이나 개연성처럼 느끼지만, 노년이 되어 남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실감하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재평가하게 되고, 무엇을 하든 삶이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깨달음은 두려움과 의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직시하게 만들어 불안과 공포를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노년은 자유와 성장의 시간이기도 하다. 심리학자 카렌 호나이가 1950년에 말한 '해야 한다는 강박(tyranny of the shoulds)'을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바람과 욕구를 따를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인생 회고는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자기 이해와 수용을 키워, 결국 더 큰 자유로 이어지는 치유의 실천이다.
원본: Psychology To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