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어쩌면 복용 중인 약 때문일 수도 있다

낙상, 어쩌면 복용 중인 약 때문일 수도 있다

낙상은 노화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지만, 고령층에게는 두렵고 때로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국립노인위원회(NCOA)는 이 낙상 위험을 높이는 의외의 원인 중 하나로 약물을 꼽는다. 처방약뿐 아니라 일반의약품, 그리고 약물 간 조합이 균형 감각과 판단력을 흐트러뜨려 넘어질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 시력 검사, 생활 환경 개선과 더불어 약물 관리가 낙상 예방의 핵심 축이며, 한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해 복용 중인 모든 약을 의사에게 빠짐없이 알리는 것이 첫걸음이다.

전문가들이 낙상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지목하는 약물군은 다양하다. 항경련제·항우울제·항정신병약·벤조디아제핀·아편유사제(오피오이드)·진정수면제 같은 향정신성 약물, 처방·일반 항히스타민제, 근육이완제, 혈압약, 그리고 요실금이나 과민성 방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에 쓰이는 항콜린제 등이다. 이런 약물은 어지럼증이나 혼란을 유발해 균형을 잃게 만들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파트너스 인 케어 재단이 개발한 '홈메즈(HomeMeds)'라는 근거 기반 약물 검토 프로그램은 알고리즘과 약사 검토를 결합해 이런 위험을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눠 점검한다. 우선 불필요한 중복 처방이다. 홈메즈 자문 약사 프레스턴 홀은 "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이미 1차 진료의가 처방한 제네릭 약을 복용 중인데도 같은 성분의 브랜드 약을 새로 처방받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멜록시캄 같은 처방 소염제와 일반의약품 알리브를 함께 복용해 위장관 출혈 위험이 커지는 경우, 여러 종류의 항우울제·항불안제·혈압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홀은 "처방 자체는 적절할 수 있지만, 홈메즈는 약사가 개별 환자에게 위험 대비 이득이 타당한지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해준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낙상과 혼란을 유발하는 향정신성·항정신병 약물, 세 번째는 기록된 혈압이나 맥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날 때 경고가 발동돼 약사가 원인 약물(주로 고혈압 치료제)을 점검하는 심혈관계 문제다. 네 번째는 소화성 궤양이나 위장관 출혈 위험이 큰 사람, 특히 노화로 궤양·출혈 위험이 커지는 80세 이상 고령자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아스피린 포함) 부적절 사용이며, 항응고제와 병용할 때도 같은 경고가 발동한다. 다섯째는 오피오이드 처방의 효과와 대안 치료법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홀은 "오피오이드가 적절히 처방·복용되지 않으면 진정, 혼란, 균형 상실 같은 부작용으로 낙상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비오피오이드 대체 치료를 함께 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홈메즈의 실행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복용 중인 처방약과 일반의약품, 영양제까지 모두 웹 기반 도구에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중복 처방이나 위험 약물 조합을 분석하고, 약사가 이를 검토해 위험 요인을 가려낸다.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의사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연락해 상담하거나 내원을 요청하며, 다음 진료 때 논의할 수 있도록 보고서도 함께 제공된다. 현재 미국 23개 주 70개 기관에서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 사례도 있다. 3개월 새 세 차례나 넘어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84세 주민은 검토 과정에서 낙상 위험을 높이는 일반의약품을 복용 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냥 그 일반의약품을 먹고 있었을 뿐, 의사에게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이었다. 가족·의사와 함께 검토한 뒤 해당 약을 끊고 낙상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해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25종의 약을 복용 중이던 88세 환자의 사례도 있다. 최근 퇴원한 이 환자를 검토한 결과 처방약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일반의약품 수면보조제가 함께 발견됐고, 의사와 상의해 해당 약을 중단했다. 이 환자는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쓰지 않는 약을 안전하게 처분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었다.

원본: N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