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②] 이유 없이 짜증 나고 불안하다면 — 갱년기와 감정 기복
별일 아닌 일에 울컥하거나, 이유 없이 불안하고 짜증이 늘었다면 갱년기 감정 기복을 의심해볼 만하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델 비게라 박사에 따르면, 폐경 전후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급격히 오르내리면서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쳐 기분 변화가 생기고, 안면홍조와 야간 발한으로 인한 수면 부족이 이를 더 악화시킨다.
연구에 따르면 폐경 전후 여성의 약 15~50%가 불안, 우울, 건망증, 불면 같은 증상을 겪으며, 갱년기 증상이 심할수록 정신건강 증상도 함께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갱년기 불안은 걱정이나 공황에 사로잡힌 느낌, 숨이 가빠지는 느낌, 초조함과 짜증, 근육 긴장, 집중력 저하, 심장 두근거림, 수면 문제, 기억력 저하 등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일부는 공황장애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공황장애는 별다른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공황발작이 찾아오고 다음 발작을 미리 걱정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발한이나 심장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갱년기 증상과 겹쳐 구분이 쉽지 않지만, 과거에 불안장애나 산후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면 특히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며칠에 걸쳐 걱정이 계속 이어지는 형태라면 범불안장애에 가깝다.
대처법으로는 이완 훈련, 명상, 요가, 마음챙김, 글쓰기, 호흡법, 감사 일기 등이 있다.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사, 성취감을 주는 취미 활동, 가족·공동체와의 관계 유지, 충분한 수면, 필요한 경우 처방받은 약물이나 영양제 챙기기 같은 생활습관 관리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안면홍조나 야간 발한이 수면을 방해한다면 호르몬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고, 실제로 감정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도 늘고 있다. 하지만 심한 정신건강 문제에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같은 약물치료,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상담이 함께 필요할 수 있다.
비게라 박사는 "거의 매일, 2주 이상 우울감이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진다면 우울증일 수 있다"고 짚는다. 이때 의료진은 갑상선 질환처럼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신체적 원인은 없는지 먼저 확인한다. 그는 또 "함께 생각을 나눌 사람이 없으면 지금 하는 생각이 타당한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 좋은 상담사는 더없이 귀중한 시각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2주 넘게 지속되거나, 극단적인 생각이나 심한 신체 증상, 뚜렷한 행동 변화가 동반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갱년기 불안과 우울은 '기분 탓'이 아니라 호르몬 변화가 만들어내는 실제 신경화학적 반응이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폐경 이후 호르몬이 안정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경우도 많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그 과정을 훨씬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다.
원본: Cleveland Clin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