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①] 왜 이렇게 잠을 설칠까? 원인과 대처법
작가이자 여성운동가 베티 프리단은 "나이 든다는 것은 젊음을 잃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와 힘의 단계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맞는 말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특히 폐경기에 가까워진 여성에게는 새로운 수면 문제의 단계도 함께 찾아온다. 밤마다 이유 없이 몸이 확 달아올라 잠에서 깨거나, 뒤척이다 뜬눈으로 새벽을 맞는 일이 잦아졌다면 갱년기 수면 변화를 의심해볼 만하다. 미국 국립노화위원회(NCOA)에 따르면 폐경 전 이행기(perimenopause) 여성의 40% 이상이 수면 문제를 겪고, 폐경 이후에도 52~64%가 숙면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원인은 호르몬 변화에 있다. 에스트로겐 감소는 체온 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야간 발한을 부르고, 세로토닌 분비에도 영향을 미쳐 기분과 수면의 질을 함께 흔든다. 수면을 돕던 프로게스테론이 줄어들면 잠들기 자체가 더 어려워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높아지면서 불면과 잦은 뒤척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에스트로겐 저하는 불안이나 짜증, 우울감 같은 감정 기복도 함께 불러올 수 있어, 이런 정서적 동요가 밤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숙면을 유지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세 가지다. 잠들기 어렵거나 새벽에 자주 깨는 불면증, 깊이 못 자고 자꾸 얕은 잠에 머무는 저품질 수면, 그리고 얼굴과 목, 가슴으로 훅 열이 오르는 안면홍조·야간 발한이다. 여성 80% 이상이 이 시기에 안면홍조를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일대 의대 산부인과·생식과학과 학과장 휴 테일러 박사는 "밤새 안면홍조가 반복되면 잠에서 깨고 수면이 끊기게 된다. 그 결과 하루 종일 피곤함을 느끼고,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드물지 않게 폐경기 호르몬 변화로 기도가 좁아지며 수면무호흡 위험이 커지기도 한다. 러트거스 뉴저지 의대 부교수 요나탄 그린스타인 박사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기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이 진행되며 이 호르몬들이 줄어들면 여성의 상기도가 더 쉽게 좁아져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라고 말한다.
개선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시도해볼 만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갱년기 전문가 매리언 스튜어트는 "폐경기를 맞은 여성에게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실질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생활습관 조정이다. 취침·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잠들기 최소 1시간 전에는 화면을 멀리한다. 침실은 서늘하고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 알코올, 자극적인 음식과 야식은 되도록 줄이고, 운동은 하되 저녁보다는 낮 시간대에 하는 편이 숙면에 유리하다. 명상이나 요가, 심호흡, 점진적 근육이완 같은 이완 훈련도 잠들기 전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하다면 호르몬 대체요법(HRT)을 고려해볼 수 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보충해 안면홍조와 수면 문제를 함께 완화하지만, 혈전이나 특정 암 등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 후 결정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가 부담스럽다면 일부 항우울제 등 비호르몬 약물이 안면홍조 완화와 수면 개선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멜라토닌, 발레리안 뿌리, 캐모마일 같은 보조제도 흔히 언급되지만 '천연'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므로 복용 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게 안전하다. 만성 불면증에는 약물 없이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습관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CBT-I)가 효과가 검증된 방법으로 꼽힌다.
몇 달 이상 수면 문제가 계속되고 일상에 지장을 준다면 참고 넘기기보다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갑상선 문제처럼 다른 원인이 숨어 있을 수도 있고,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나에게 맞는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