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생활 ⑫] 폐경 이후 성생활, 무엇이 달라지고 어떻게 대처할까

폐경 이후 성생활, 무엇이 달라지고 어떻게 대처할까

폐경이라고 하면 흔히 안면홍조나 체중 증가부터 떠올리기 쉽다. 생리가 끝난다는 사실에 홀가분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폐경은 성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일부 여성은 성욕이 줄거나 성관계가 불편해지는 경험을 하는데, 이는 본인은 물론 파트너에게도 스트레스와 혼란, 서운함을 안길 수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여성건강 전문의 홀리 태커 박사는 폐경이 성욕과 성생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법을 설명한다. 태커 박사는 "질과 외음부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매우 많이 분포해 있다"며 "호르몬이 줄면 이 조직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에스트로겐 감소는 질로 가는 혈류도 줄여, 촉감과 흥분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성관계가 예전만큼 끌리지 않거나 어렵게, 심지어 아프게 느껴질 수 있고, 폐경기에 흔히 동반되는 정서적 변화도 성적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태커 박사는 "참고 견디는 것"은 답이 아니라며 "다행히 호르몬 요법과 비호르몬 요법이 모두 있고, 통증이나 건조증을 참으며 성생활을 해야 하는 여성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질 건조증에는 여러 대응법이 있다. 수용성 윤활제(케이와이젤리, 아스트로글라이드, 프리시드 등, 미네랄오일은 피할 것)를 쓸 수 있고 실리콘 성분 윤활제도 괜찮다. 태커 박사는 "좋은 수용성 윤활제들이 있고, 비타민E 오일이나 코코넛오일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성관계 직전이 아니라 평소 주 2~3회 사용하는 질 보습제(레플렌스, 실크이 등)도 도움이 된다. 다만 태커 박사는 "보습제나 윤활제는 일시적으로 편안함을 줄 뿐, 질 조직 자체의 상태를 바꾸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처방용 질 에스트로겐 요법(크림, 정제, 삽입형)이나 비에스트로겐 경구약, 질 좌제를 고려할 수 있다. 태커 박사는 "이런 국소 제제는 증상을 완화할 뿐 아니라 질 점막을 정상 상태로 회복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통증이 있는 성관계는 참지 말아야 한다. 건조하고 약해진 질 조직은 위축증으로 이어져 화끈거림, 가려움, 부정출혈, 마찰로 인한 상처,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태커 박사는 "질 변화가 느껴진다면 통증이 심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며 "그대로 두면 얇아진 점막을 치료해 한 달 안에 조직 자체는 정상으로 회복되더라도, 통증을 기억한 질 근육이 이후에도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궁내막증, 난소낭종, 골반 종괴, 수술 흉터 조직, 성병, 질염 같은 다른 원인도 배제해야 하므로 통증이 있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부부나 연인마다 성생활의 형태는 저마다 다르며, '정상'이라는 기준은 따로 없다는 점도 태커 박사는 짚는다. 다만 성욕 저하 자체가 본인에게 불행감을 준다면 그때는 짚고 넘어갈 문제가 된다. 이럴 때 성욕 자체를 되살리려 애쓰기보다, '받아들이는 태도'를 키우는 편이 낫다고 태커 박사는 조언한다. 호르몬만이 성욕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며 감정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태커 박사는 "성욕 자체보다 성생활을 즐길 수 있는 수용성을 높이려 해보라"고 권한다. 파트너와의 소통을 개선하고, 삽입 깊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체위를 시도하고, 데이트 일정을 미리 잡고, 케겔 운동으로 골반근육을 강화하고, 에로틱한 소설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폐경과 우울증은 서로 연관이 있어, 감정적 동요와 우울감이 성욕을 포함한 삶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태커 박사는 "의학적 문제와 정서적 문제를 함께 다루는 통합적 치료 접근이 가능하다"며, 폐경기라고 성생활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성 기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원본: Cleveland Cli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