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생활 ⑪] 항우울제 복용 후 성생활이 달라졌다면
우울증이나 불안 치료를 위해 SSRI 계열 항우울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뒤, 성욕이나 성기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버드 의대 공개 건강정보(Harvard Health Publishing)에 따르면 "많은 환자에게 SSRI는 성적 관심, 욕구, 수행능력, 만족도 중 일부 혹은 전부를 떨어뜨린다." 불면, 피부 발진, 두통, 관절통과 근육통, 속쓰림, 메스꺼움, 설사 같은 다른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지만 대개는 일시적이거나 가벼운 수준에 그친다.
성 관련 부작용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남성은 사정이 지연되거나 아예 되지 않을 수 있고, 여성은 오르가슴이 늦어지거나 아예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항우울제 복용을 망설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지만, 정작 치료를 받지 않고 우울증을 방치하는 쪽이 더 위험하다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요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평생 자살률은 15%에 달하고, 우울증 병력이 있으면 심장병 위험도 두 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비교적 덜 알려진 위험으로는 출혈 경향이 있다. 혈소판 속 세로토닌이 줄어들면서 혈액 응고 기능이 약해지는데,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같은 소염진통제를 함께 복용하면 체내 출혈 위험이 살짝 높아질 수 있다. 또한 SSRI는 간에서 여러 약물을 대사시키는 시토크롬 P450 효소 체계를 거치기 때문에, 특정 허브 요법이나 모노아민산화효소 억제제, 리튬 등과 함께 복용하면 위험한 상호작용이 생길 수 있다. 세로토닌을 늘리는 약물과 겹치면 드물게 '세로토닌 증후군'이라는 상태가 나타나는데, 심장이 빨리 뛰고 땀이 나며 고열과 혈압 상승, 드물게는 섬망까지 동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성기능 부작용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복용량을 줄이는 것인데, 이 경우 치료 효과 자체가 약해질 위험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 둘째는 다른 약을 추가하거나 교체하는 것이다. 부프로피온(웰부트린)은 SSRI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해 일반적으로 성 관련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기존 약에 추가하거나 대체하는 방법으로 흔히 쓰인다.
약을 끊거나 바꿀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SSRI를 갑자기 중단하면 어지럼증, 몸의 균형 감각 상실, 피로감, 저림, 시야 흐림, 불면, 생생한 꿈, 메스꺼움, 설사, 몸살 기운, 짜증, 불안, 울음 같은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복용량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점진적 감량이 원칙이다. 이런 중단 증상은 파록세틴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을 바꾸는 경우에도 반감기가 긴 플루옥세틴으로 먼저 전환한 뒤 용량을 줄이는 방식이 흔히 쓰인다. 임신이나 수유 중이라면 조산이나 저체중 출산 같은 태아 위험과, 치료하지 않은 우울증이 산모와 아이에게 미치는 상당한 위험을 함께 저울질해 결정해야 한다.
성기능 변화를 느낀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끊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담당 의사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복용량 조정이나 약물 변경을 함께 상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특히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동안에는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상태를 계속 확인받는 것이 권장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