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생활 ⑬] 79세 정신과 의사가 43세에 커밍아웃하기까지

79세 정신과 의사가 43세에 커밍아웃하기까지

1980년대 중반, 로렌 올슨은 겉으로는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다. 결혼 18년 차, 두 아이의 아버지,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는 정신과 의사였다. "내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걸 가지고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떨쳐지지 않는 깊은 외로움이 있었다. 미국 성소수자 노년층 지원단체 SAGE가 소개한 그의 이야기는, 인생 후반에 성 정체성을 마주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준다.

지금 79세인 올슨은 당시만 해도 자신이 남성에게 끌릴 수 있다는 걸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점점 고립감이 커지면서 결국 한 남성과 관계를 맺게 됐고, 그는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의 강렬함"을 경험했다고 회고한다. 회고록 『Finally Out』에도 담긴 이 경험을 통해, 올슨은 43세에 스스로를 게이로 받아들이게 됐다.

인생 후반의 커밍아웃, 혹은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성을 탐색하는 일은 정체성을 완전히 재정립하고, 데이트와 신체적 친밀함을 새로 배우고, 때로는 차별과 마주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남편과 12년을 산 뒤 커밍아웃한 심리상담사 조앤 플라이셔는 이 과정이 "인생에서 가장 격동적인 시기"였다고 말한다. "많은 감정적 혼란이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한 결정을 내리고 나면 다시 스스로를 되찾아가기 시작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새로운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일이 특히 힘들 수 있다. 성소수자 노년층을 상담하는 성치료사 에릭 말로 개리슨에 따르면, 이 세대는 사회적 수용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시절, 에이즈 위기의 잔혹한 편견을 함께 겪으며 자라났다. 그로 인해 내면화된 동성애 혐오가 흔했고, 이는 지금도 어느 정도 남아 있다.

SAGE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마리 스파이비는 특히 종교적 배경을 가진 고령자일수록 여전히 차별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자신이 죄를 짓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그는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낭만적으로 필요한 것을, 자라온 배경으로부터 아직 분리하지 못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성소수자 노년층을 위한 그룹 모임을 운영하며 안전한 성관계와 동의의 기본 원칙을 가르친다.

올슨은 아내와 이혼하고 다시 데이트를 시작했을 때, 마치 깊은 물에 던져진 것 같았다고 회고한다. "규칙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누구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도 몰랐다"고 그는 말한다. 개리슨은 이런 낯섦이 자연스러운 학습곡선이라고 설명한다. "그 사람이 예전에 다른 세계에 있었기 때문에 놓친 작은 암호나 단서, 문화적 코드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체적 친밀함의 새로운 차원에도 익숙해져야 한다고 스파이비는 덧붙인다. 그가 이끄는 모임에서는 종종 안전한 성관계와 동의의 기본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할 때도 있다. "우리가 주로 하는 건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거기서 배우려 애쓰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개리슨은 많은 내담자들이 실험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고 이겨낸 뒤에는 인생의 새로운 장에 들어선 듯한 짜릿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메고 처음 뛰어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두려움이라는 요소도 있지만, 그 자유낙하 자체가 짜릿하고 해방감을 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올슨 역시 중년이 오히려 자기 발견에 풍요로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의 그 지점에 이르면 많은 사람이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한다. '남은 인생을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살고 싶은가?'"

자신의 성적 지향에 의문이 들거나 탐색해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플라이셔는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서두르지 말 것을 권한다. 커밍아웃 같은 인생의 변화가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충분히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넉넉히 가지라는 것이다.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개리슨은 자신의 성적 지향을 지지하면서 공통의 관심사도 나눌 수 있는 모임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캠핑을 좋아한다면 레즈비언 캠핑 모임을, 게이이면서 공화당원이라면 로그 캐빈 리퍼블리컨(Log Cabin Republicans) 같은 모임을 찾아가라. 그러면 같은 성별에게 끌리는 사람들뿐 아니라,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무엇보다 두려움을 앞세우지 말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오랫동안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향한 편견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 온 만큼 성적 탐색 앞에서 위축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만, 그것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개리슨은 강조한다.

원본: SAGE (Services & Advocacy for GLBT El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