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간병, 형제자매와 나눈다고 쉬워지진 않는다

부모님 간병, 형제자매와 나눈다고 쉬워지진 않는다

나이 드는 일은 노인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성인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경제적·신체적으로 책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동이라면 그 부담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지만, 형제자매가 있다고 해서 저절로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50년 경력의 임상사회복지사이자 13권의 책과 300편이 넘는 글을 쓴 로버트 타이비 씨는 미국 심리학 매체 사이콜로지투데이(Psychology Today) 기고에서, 형제자매가 함께 부모를 돌볼 때 흔히 부딪히는 문제들을 짚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건 우선순위에 대한 의견 차이다. 같은 현실을 두고도 형제자매마다 서로 다른 렌즈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정말 요양 시설에 들어가야 하는지, 운전을 그만둬야 하는지, 아니면 하루 몇 시간 사람을 불러 도움만 받으면 되는지, 혹은 지금도 혼자 잘 다니고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어머니가 수술 여부를 검토해야 할 상태인지, 식사 준비를 도와줘야 하는지, 아니면 건강 문제는 실제로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문제가 아닌지, 지금도 식사를 잘 챙기고 있는지를 두고도 마찬가지다. 한쪽은 눈앞의 위기로 보는 것을 다른 한쪽은 가끔 상태만 지켜보면 되는 사소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식이다.

다음은 불균형한 부담이다. 거주지가 가깝다는 이유로, 혹은 능력이 되거나 책임감이 유독 강한 성격 탓에 한 사람이 대부분의 무거운 일을 떠맡게 된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 해도 이런 불균형은 최선의 경우 번아웃으로, 더 흔하게는 이따금 터져 나오는 서운함으로 이어지기 쉽다. 타이비 씨는 이런 서운함이 다른 형제자매에게 죄책감이나 방어적인 태도를 불러일으키지만 정작 역할 배분이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어린 시절의 해묵은 갈등이 되살아나는 것도 문제다. "언니(누나)는 항상 특별했다", "형(오빠)은 늘 게을렀다"는 식의 오래된 질투나 편애, 불공평했다는 감정이 지금의 간병 결정에까지 끼어들면서 지난 앙금을 다시 끄집어내고 지금 보고 필요로 하는 것까지 그 감정으로 물들인다. 그렇게 성인이 된 형제자매들이 마치 열 살짜리 시절로 돌아간 듯 어릴 적 감정 패턴에 휩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열 살이 아니다. 타이비 씨는 이런 문제를 풀어갈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가족 구성원의 의견에만 기대기보다 의사나 노인 전문 상담사에게 문제를 맡기는 것이다. 전문가는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할 전문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제3자이기에 감정에서 한 발 떨어져 상황을 볼 수 있다. 그래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다른 소견을 구하거나 부모와 함께 진료에 동행해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명확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역할을 구체적으로 나눠 위임해야 한다. 세 개 주(州) 떨어진 곳에 사는 형제는 직접 몸으로 돕지는 못해도 의사에게서 정보를 모으거나 진료 예약을 잡고 재정을 관리하는 일은 할 수 있다. 반대로 낮에 시간이 되는 자매는 부모를 진료에 데려다줄 수 있다. 누가 무엇을 맡을지 분명히 해두면 형제자매끼리 부딪히는 일도, 부모가 혼란스러워하는 일도 줄어든다.

주로 돌보는 사람에게는 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멀리 사는 형제가 일주일간 와서 부모 곁에 머물러주면 그사이 휴가를 다녀올 수 있고, 자매가 진료 동행뿐 아니라 한 달간 어머니를 자기 집으로 모셔가 준다면 그동안 자기 집에서 오롯이 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번갈아 부담을 나누는 것이 소진을 막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고 어린 시절의 상처가 진전을 가로막는다면 가족 상담을 고려할 만하다. 한두 번의 상담만으로도 오래 묵은 장벽이 걷히는 경우가 많고, 화상 상담을 활용하면 세 개 주 떨어진 곳에 사는 형제도 어렵지 않게 함께할 수 있다. 타이비 씨는 이혼한 부부가 결혼 생활 중에는 못 했던 소통과 협력을 자녀를 위해 해내야 하듯, 형제자매도 부모를 돌볼 때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앙금은 내려놓거나 풀어야 부모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본: Psychology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