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이 혈압까지 낮춘다? 나눔이 건강에 남기는 흔적
봉사활동은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하버드 의대 공개 건강정보(Harvard Health Publishing)에 따르면 실제로 시간을 내어 남을 돕는 사람들은 사회적 연결감이 높아져 외로움과 우울감을 덜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온다. 그런데 봉사의 효과는 마음 건강에서 그치지 않는다 — 혈압이 낮아지고 수명이 길어지는 등 신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가 학술지 사이콜로지 앤드 에이징(Psychology and Aging)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 중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이 생길 확률이 낮았다. 고혈압은 심장병, 뇌졸중, 조기 사망과 직결되는 중요한 건강 지표다.
이 연구만으로 봉사가 혈압을 직접 낮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애초에 건강한 식습관이나 운동 같은 다른 좋은 습관도 함께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연구들의 결과는 대체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이 연구를 이끈 카네기멜론대학교 사회건강심리학 박사과정생 로들레시아 스니드는 봉사활동이 원래 활동량이 적던 사람의 신체 활동을 늘려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느끼는데, 스트레스는 건강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카네기멜론 연구에서는 연간 200시간의 봉사가 혈압 감소와 관련 있었고, 다른 연구에서는 연간 100시간 정도의 적은 봉사로도 건강 효과가 나타났다.
어떤 종류의 봉사가 건강에 가장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스니드는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정신적 자극이 있는 활동이 기억력과 사고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추측한다. 반면 몸을 움직이는 봉사는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분을 제대로 연구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그는 인정한다. 연구자들 스스로도 봉사활동 중 정확히 어떤 요소가 건강에 가장 큰 이득을 주는지 계속 찾고 있는 단계다.
다만 건강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진심으로' 돕는 것이 중요하다. 2012년 학술지 헬스 사이콜로지(Health Psych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봉사한 사람이 더 오래 살았지만 이는 순수하게 타인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봉사했을 때만 해당됐다.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어야 장수 효과가 나타났다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본질을 '남을 섬기고 선을 행하는 것'이라 했다. 최근 연구 결과들을 보면, 남을 돕는 것이 곧 건강한 삶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