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심장병, 남성과 다르게 온다
여성의 절반 가량이 어떤 형태로든 심혈관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심장병이 여성의 사망 원인 1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여성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비만, 당뇨병 같은 전통적인 위험 요인은 남녀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하버드 의대 공개 건강정보(Harvard Health Publishing)는 2026년 3월 학술지 '아테로스클레로시스'에 실린 연구 리뷰를 인용해 여성만의 고유한 위험 요인도 함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요인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간과되기 쉬운데, 여성이 오랫동안 심혈관질환 임상시험에서 충분히 대표되지 못해 관련 위험을 발견하는 시점 자체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심장전문의 난디타 스콧 박사는 "최근 개선이 있었지만 격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여성 심장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맞춤 전략은 아직도 남성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말한다.
임신과 관련된 병력이 대표적인 저평가 위험 요인이다. 스콧 박사는 "여성의 심장병 위험을 높이는 임신 합병증 목록은 길다"고 말하는데, 임신 중 당뇨병이나 고혈압, 37주 이전의 조산, 유산 경험이 대표적이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나 자궁내막증처럼 호르몬 불균형·불임과 관련된 질환, 40세 이전에 나타나는 조기 폐경도 심장병 유병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폐경기 열감이나 야간 발한이 심할 경우 에스트로겐 단독 또는 프로게스테론 병용 호르몬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심혈관계에 해로울 가능성도 있는 만큼 자신의 개별적 위험과 이득을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여기에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건선성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더 많이 겪는데, 이들 질환이 유발하는 전신 염증이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함께 끌어올린다.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인 유방암 치료를 위한 항암화학요법이나 흉부 방사선치료 역시 심장과 혈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심장마비가 오는 방식도 다르다. 대부분의 심장마비는 남녀 모두 관상동맥이 지방 플라크로 좁아지다 혈전 등으로 막히며 발생하지만, 여성은 심장과 관상동맥 자체가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작다. 2026년 하버드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관상동맥 내 플라크 양이 적은 경향이 있는데도, 그 지방 침착물이 더 작은 동맥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크게 나타났다. 플라크가 남성보다 적은데도 심장 위험은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스콧 박사는 이런 결과가 여성에게 적용하는 플라크 위험 기준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여성은 미세혈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미세혈관질환이나 동맥이 갑자기 일시적으로 수축하는 관상동맥연축을 남성보다 더 많이 겪으며, 두 질환 모두 혈류를 제한해 흉통·호흡곤란 등을 유발한다. 출산 직후 심장마비의 가장 흔한 기전인 관상동맥박리(동맥벽이 찢어지는 것), 스트레스로 촉발돼 심장근육이 일시적으로 약해지는 다코쓰보 증후군(일명 상심증후군, 대부분 폐경 후 여성에서 발생)도 여성에게 훨씬 두드러지는 질환이다.
증상은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남녀 간 큰 차이가 없다. 가장 흔히 보고되는 가슴 통증과 식은땀은 오히려 남성에서 약간 더 흔하지만 여성도 거의 비슷한 빈도로 겪으며, 구역질·구토·호흡곤란처럼 여성에게 조금 더 흔한 증상 역시 많은 남성이 함께 겪는다.
스콧 박사는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관상동맥질환을 막아준다고 오해하는 여성이 많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LDL 수치"라고 말한다. 임신 중 겪은 합병증은 이후 심장병 검사·치료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에게 알려야 하고, 가족력을 포함한 위험 요인이 걱정된다면 자신의 우려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의료진을 찾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